이경준 사진전: 원 스텝 어웨이 / 추석 연휴 그라운드시소 센트럴 관람 후기

올해 초부터 가야지 하면서 못 가고 있었던 이경준 사진전을 추석 연휴를 맞이하여 드디어 가게 되었다. 추석 연휴 첫날이라 사람들이 많이 붐비지 않을 것 같아 여유 있게 관람할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는데 역시 많은 사람들이 귀경길에 올랐는지 전시회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사실 올봄에 관람을 하려고 어느 토요일 오후에 전시장 앞에 갔다가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 놀라 관람을 포기하고 돌아온 적이 있었다. 여유로운 전시장을 보니 편안하게 사진전을 관람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뻤다. 

 

 

전시장에 들어 서자 멋진 뉴욕의 빌딩 풍경들이 눈 앞에 펼쳐졌다. 서울에서도 높은 빌딩들은 쉽게 볼 수 있지만 작가가 담아낸 뉴욕의 빌딩의 모습은 뭔가 달랐다. 특히 골든아워 시간에 촬영된 듯한 빌딩 사진들은 너무나도 눈부시게 멋졌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그냥 흔한 빌딩들이 저렇게 멋지게 사진에 담길 수가 있구나 하고 감탄하게 되었다. 하기야 서울에 있는 빌딩들보다 뉴욕의 빌딩들은 뭔가 더 멋지게 디자인된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그의 골든 아워 작품들이다. 해 질 무렵, 뉴욕의 높은 빌딩들이 황금빛으로 물들며 도시 전체가 찬란한 빛으로 감싸이는 순간을 포착한 사진들은 마치 시간을 멈춘 듯한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특히, 이경준 작가는 빌딩의 유리창에 반사되는 빛의 흐름을 섬세하게 담아내어, 현대적인 뉴욕의 빌딩 모습이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처럼 보이게 한다. 이는 단순한 풍경 사진을 넘어 뉴욕이라는 도시가 지닌 화려함과 동시에 고독함까지 전달한다. 한 작품에서는 무심코 지나치던 빌딩의 창문이 황금빛 햇살을 받아 빛나며, 그 순간의 찰나를 영원히 기록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이경준 작가는 도시라는 공간이 단순히 거주와 일의 장소를 넘어서, 인간의 감정을 투영할 수 있는 거대한 미디어임을 보여준다.

 

 

센트럴 파크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 역시 매우 매력적이었다. 복잡한 뉴욕의 도심 속에서 푸른 잔디를 배에 깔고 누워 자연을 만끽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서울의 센트럴 파크인 한강 고수 부지를 떠올리게 만든다. 또한 겨울철 눈 덮인 센트럴 파크는 이경준 작가의 카메라에 의해 더욱 신비롭고 서정적인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눈 내리는 공원의 고요함과 대비되는 빌딩들의 웅장한 모습은 뉴욕의 이중적인 매력을 극대화했다. 센트럴 파크의 자연과 그를 둘러싼 도심의 인공적인 풍경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도시 속의 자연이라는 아이러니를 부각한다. 이경준의 사진 속에서 눈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일상을 잠시 멈추게 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도시를 바라보게 만드는 매개체로 느껴졌다.

 

 

작가 이경준은 물리치료사를 병행하고 있다고 한다. 역시 치료사답게 힐링이라는 주제를 빠뜨리지 않는다. 전시회장을 조금만 더 들어가면 마치 센트럴파트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비교적 넓은 공간을 만나게 된다. 그 곳에서 관람객들은 벤치에 앉아 숲 속에 잇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경준 사진전은 네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마지막 챕터에서는 각자의 고민과 괴로움을 엽서에 적어 분쇄기에 넣어 갈아버리는 퍼포먼스를 즐길 수 있는 코너도 마련되어 있다. 관람객들 대부분이 참여하여 열심히 뭔가를 적어 분쇄기에 넣고 자신들의 고민과 어려움을 갈기갈기 찢어버린다. 관람을 마치면서 각자의 고민 해결이라는 염원을 담아 참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힐링 퍼포먼스다. 재미있는 이벤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쉽게도 이 전시회는 9월 18일 추석 연휴를 끝으로 마무리된다고 한다. 

 

사람들의 고민이 산처럼 쌓여있다

 

LIST

Designed by JB FACTORY